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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로 이벤트

비와 함께한 2박 3일 - 김동학

 

8월의 첫째주 드디어 휴가날짜를 정했다.

콘도예약 때문에 갈팡질팡하다 아내가 가보고 싶어하던 쏠비치로 가게 됐다.
설레는 맘으로 맛집도 알아보고 현석이에게 체험 학습 할 만한 곳이 있나 검색도 해보고 휴가준비를 하던중 하나의 복병이 나타났다. 그것은 날씨..
일주일 내내 흐림과 비의 연속인 날씨 예보.
현지가 아직 어리다보니 날씨가 안 좋으면 혹시 병이라도 날까 조금 걱정스런 맘이 들었는데 비가오던 해가 뜨던 즐겁게 놀다오자는 아내의 말에 다시 신나게 준비를 했다.

 

첫째날,

드뎌 8월 1일 출발하는 날 너무나 정확하게 일기예보대로 비가 내려주신다.
가평휴게소를 지나 강원도에 가까워오니 계곡들이 많이 보인다.
정말 날씨만 좋으면 잠시 발이라도 담그고 가고 싶을 정도로 물이 깨끗하다.
황태마을도 지나고 속초를 지나서 양양에 위치한 쏠비치에 도착했다.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 방에 짐 놓고 일단 휴식~
현석이와 현지는 침대에서 뛰고 신이 났다. 하나일땐 몰랐는데 둘이 같이 놀고 같이 손잡고 다니는 모습 보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나의 아내는 밥값 안드는 콘도에서 묵는 걸 좋아한다, 그러나 이번에 우리가 예약한 곳은 호텔..
저녁은 물치항에서 회를 먹기로 했다.
물치항엔 회센터가 있고 횟감을 선택하면 바로 회를 떠서 준다.
우린 광어 한 마리와 우럭 한 마리,서비스로  멍게까지 다해서 3만원짜리로 선택..정말 싸다.
회를 한점 입에 넣는 순간 정말 난 회가 이렇게 쫄깃쫄깃하고 단지는 첨 알았다.
서울서 먹는 회와는 정말 차원이 다르다.
아무래도 기분탓도 있겠지만 .. 현지도 달라고 아 하고 입을 벌린다.
상추에 싸 먹는 걸 좋아하는 현지.
조그맣게 자른 상추에 회를 작게 잘라 입에 넣어주니 오물오물 어찌나 맛나게 먹는지 옛말에 자식입에 들어가는 것만 봐도 배부르다는 말이 정말 그렇다.
배부르게 매운탕까지 먹고 호텔로 돌아와 열심히 티비경청을 했다.
우리집은 티비가 없기 때문에 밖에 나오면 모두 티비 보느라 정신이 없다.

 

둘째날

호텔조식을 먹고(너무 오랜만에 호텔에 투숙한 우리들은 조식이 나온다는 건 생각못하고 열심히 햇반과 컵라면을 챙겼다.) 바로 아쿠아월드로 갔다.
생각보다 규모는 크진 않았지만 바로 앞에 해수욕장과 연결이 돼 있어서 아쿠아월드에서 물놀이 하다가 해수욕장로 가서 물놀이 를 할수도 있다. 다른 해수욕장과 달리 붐비지 않고 여유롭게 해수욕을 즐길 수 있다.
쏠비치전용 해수욕장... 이게 이 곳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
비가와서 좀 서늘하기도 하고 바닷물이 무척 찬대도 역시나 젊은이들은 추운것에 아랑곳없이 그 차가운 바다에서 해수욕을 즐긴다.
추워서 들어가지 못한 나는 그만큼 나이가 먹었다는 것인가 .. 좀 슬프다.;;
비가 와서 현지는 해수욕장엔 못가고 풀안에서만 놀았다.
울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울긴 커녕 튜브 타고 혼자서 얼마나 잘 노는지.. 튜브를 밀어줄려고 하면 튜브에 닿은 손을 가차없이 떼버리며 혼자서 튜브손잡이를 잡고 돌아다닌다,
한뱃속에서 태어났어도 현석이와 현지는 어쩌면 이렇게 다른지..

그런데 아내가 오전부터 계속 귀가 아프다한다. 그러더니 오후엔 너무 아파서 못 견뎌해서 속초에 있는 이비인후과에 갔다. 편도가 너무 부어서 귀까지 아프게 된거라고 한다.
여지껏 놀러와서 병원에 간 건 처음이다. 그래도 큰일은 아니어서 다행이다.

저녁을 먹으러 1박 2일에 나온 아바이순대 마을로 갔다.
생각보다 너무나 작아서 실망했다. 방송을 탄 식당은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길래 다른 식당으로 갔다. 아바이순대국과 오징어순대를 주문하고 티비를 보며 기다리고 있는데 금방 음식이 나왔다. 응? 이게 맞나?
방송에 나온 비주얼과는 좀 차이가 나는데?... 다른 식당이여서 그런가?
그냥 뚝배기 그릇에 순대 3개, 잘게 잘라서 넣은 내장들과 약간 식은 듯한 국물. 순대도 약간 비릿하고 영 실망이다.
오징어순대는 그나마 좀 나은데 현석이는 한 개 딱 먹더니 엄마가 저번에 만들어준 오징어순대가 더 맛있다 그런다. 내 생각도 그렇다.
아마추어가 만든 내 아내의 오징어순대가 더 맛있다니.
역시 방송은 방송일뿐이구나 다시한번 느꼈다. 정말 돈이 아까운 저녁이었다.
아내는 차안에서 내내 툴툴 거린다. 싸지도 않으면서 맛도 되게 없다면서.
내 아내가 젤 싫어하는 것중의 하나가 배 무척 고파서 들어갔는데 비싸기만 하고 맛이 없을때이다. 무척 기대하고 있었는데 실망이 많이 큰가보다.

 

 

셋째날

아내가 날 흔들어 깨운다. 빨리 나가자고.
어 이게 왠일인가 이틀내내 오던 비가 그치고 해가 나는 것이 아닌가.
아내가 해수욕장 가서 애들 사진도 찍어주고 현지 모래놀이 좋아하는데 조금이라도 놀게 해주자고 졸라서 비몽사몽 일어나 바다로 나갔다.
해가 나서인지 아침 일찍인데도 사람들이 제법 많다. 이 아침에 벌써 물놀이 하는 사람들도 있고. 난 정말 나이먹은 것인가? 그 사람들이 대단해 보인다.
멋쟁이 현지는 멋드러진 썬그라스를 쓰고 현석이와 모래놀이에 열심이다.
그 옆에선 여기 봐라 엄마봐라 외치며 열심히 셔터를 눌러대는 아내.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나.  그걸 보며 난 다시한번 소소한 행복을 느낀다.
이게 사람사는 맛이고 재미고 행복이지 뭐 별게 있나 싶다.

쏠비치 다녀간다는 인증사진 여러컷 찍고 체크아웃 하고 점심을 먹으러 갔다.
현석이가 좋아하는 물회를 먹고 이제 집으로 가자 하던중 아내가 여기까지 왔는데 강원도 구경도 못하고 가서 아깝다고 한다.
그래서 어떡할까 하다가 고성 통일전망대에 가기로 했다.
중학교 2학년때 수학여행 이후로 처음가는 곳이라 당연히 아무런 준비없이 그냥 갔다가 중간에서 퇴짜맞았다. 통행허가서를 받아와야한단다. 30분 교육도 받아야하고.
다시 유턴해서 우린 통행증을 받고 30분 교육영상도 보고 드뎌 통일전망대에 갔다..
아내와 나는 어? 통일전망대가 이렇게 작았던가 하면서 위로 올라갔다.
오늘도 비가 온다. 그래서 현석이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북한땅은 전혀 보이지가 않는다.
안개가 많이 껴서 그저 파도소리만 들린다.
그래도 우린 여기 왔다는 증거를 남기기위해 또 인증샷을 찍고 집으로 출발했다.

여기서 또 다른 복병.. 안개다.
미시령 고개로 넘어가는데 정말 안개가 너무 많이 껴서 앞도 잘 안 보인다.
앞 차의 깜빡이는 비상등을 의지하며 조금씩 고개를 넘어갔다.
안개속을 헤치고 고개를 내려오는데 안도의 숨이 저절로 쉬어졌다.

안개길을 나와서 이제 강원도를 서서히 빠져나오는 순간 또 하나의 복병..
갑자기 기습폭우가 쏟아진다.
열심히 와이퍼가 움직이지만 퍼붓는 비에는 속수무책이다.
아내는 옆에서 어디 쉬었다가면 안돼냐면서 불안하여 안절부절 못한다.
양동이로 들이붓듯이 비가 쏟아지니 앞이 잘 안보인다.  비상등을 켜며 서행하여 가다보니 어느새 비가 거짓말처럼 안온다.
집으로 가는 길이 왜 이렇게 힘든지..

밤 10시 넘어 드디어 집에 도착했다.
집에 들어서니 너무 좋다가 아내와 둘이 마주보며 바로 한말,

“ 덥다.”

“역시 서울은 더워. 강원도에선 추워서 에어컨도 안 켜고 있었는데”

콘크리트 건물 사이에서 생활하다가 산이 있고 바다가 있는 강원도에 갔다오니 쌓였던 스트레스가 조금은 씻겨진 듯하다.

무엇보다 가족들 모두 건강하게 잘 다녀왔고 즐거운 휴가를 보낼 수 있어서 감사하고 행복하다.